작은가게 이용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사업이야기》/일상다반사 2014. 7. 30. 11:08 |나는 대형마트를 참 좋아한다.
나는 시원하고, 편리하고, 볼거리가 많고, 가격까지 저렴한 대형마트가 좋다.
요즘 같이 더운날, 여자친구와 대형마트에서 데이트 할 정도다.
대형마트 청과물 코너 [사진출처]
어렸을 떄부터 엄마따라 백화점 식품부나 대형마트를 주로 다녔지, 단 한번도 전통시장에서 무엇을 사본 기억이 없다.
집에서 독립하기 전, 지금의 부모님 집인 아파트 후문 바로 앞에 대형마트가 있다.
항상 내가 사는 곳에는 걸어서 대형마트를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의정부 시내쪽에 있는 오피스텔에 입주하게 되었다.
의정부 시내에는 의정부전통시장이 있어, 골목상권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입점이 금지되었다.
본래, 의정부 만지역사에 0마트가 들어올 예정이였으나, 의정부시민들의 노력으로 입점을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대형마트를 이용하려면 버스나 경전철을 타고 20분내지 30분을 달려야 한다.
전통시장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엄두가 안났다.
전통시장을 생각하면 불편하고,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카드결제 안되고, 가격도 불명확하고, 꼭 사야만 할 것 같고... 내가 고를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스템이 있는 곳에 도전할 용기가 안났다.
근데, 대형마트가 없는 곳에서 3개월을 살다보니, 대형마트에 익숙한 나에겐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버스나 경전철을 타고 20분, 30분을 달려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낭비 때문에 마트를 자주 못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번에 장을 잔뜩보게 되는데, 쌀을 사는 경우에는 무거워서 혼자 들고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인터넷배달을 시키자니, 대형마트에서 물건고르는 재미가 떨어져 뭔가 허전하다.
그러던 어느날.
다이어트를 위해 해독주스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재료를 사기위해 내가 평소 애용하는 대형마트로 갔다.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사과, 요쿠르트, 당근 이렇게만 사면 된다.
양배추, 2500원이였다. 적당한 가격 ok
브로콜리 개당 2000원...? 비싼...건가? 일단 ok
토마토 한상자에 9000원 ?
사과 4개에 9000원 ?
당근 한봉지에 3000원 .. ?
너무 비싼것이다.
해독주스 먹다가. 비싼 재료값 때문에 파산날것만 같았다.
그때, 전통시장에 가면 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2도의 더운 날씨지만,
큰 용기를 가지고 집 근처 의정부 전통시장에 갔다.
전통시장 청과물 상가들 [사진출처]
시장에 가니, 사람들도 많았다.
근데, 나만 이방인 처럼 뻘쭘했다. 물건을 살 엄두가 안났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한바퀴, 두바퀴, 그렇게 30분을 돌았다.
그러다가 토마토를 보니, 한상자에 3000원인거다!
아까 마트에서는 9000원이였는데! 1/3가격이라니!
싼 가격에, 용기를 내어 사장님께
"사장님, 토마토 한상자 주세요." 하였다.
"사장님이 중복인데 토마토가 안나가~ "
이러시면서 친근하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어색하지만 "네~ 그러게요. 중복인데.. "라고 말을 흐렸다.
최초 구매에 성공한 나는 용기가 났다.
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을 벗어던지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봤다.
"사과 얼마에요?",
"사장님, 당근은 없어요?"
어디가게가 싼지, 어디로 가면 야채가 많고, 어디로 가면 과일이 있는지 이제 알았다.
그렇게 탐색한 결과 전통시장의 해독주스 재료 가격은 이랬다.
양배추 2천원
브로콜리 개당 1천원
토마토 한상자에 3천원
사과 한바구니에 2천원
당근 한봉지에 2천원
해독주스 재료. 사과,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대형마트의 그것과 비교해 보니 가격차가 무려 1만 5500원
품목 |
대형마트 |
전통시장 |
가격차 비율 |
양배추 |
2,500 |
2,000 |
25% |
브로콜리 개당 |
2,000 |
1,000 |
100% |
토마토 한상자 |
9,000 |
3,000 |
200% (대박) |
사과 한바구니 |
9,000 |
2,000 |
350% (허걱) |
당근 한봉지 |
3,000 |
2,000 |
50% |
합계 |
25,500 |
10,000 |
155% |
장보기위해 ATM기에서 2만원 뽑아갔는데, 1만원이 남았다.^ ^
저렴한 가격, 사람냄새나는 시장, 무엇보다도 나의 돈이 작은가게, 지역의 작은경제를 살린다는 마음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마치, 기부를 하고난 뒤에 기분이랄까?
마치,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이제 나도, 전통시장을 이용 할 수 있다.
전통시장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거지 딱, 한번만 용기를 내면 이용 할 수 있다.
작은가게 이용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부끄러웠다.
그 이유는, 여성가장이 작은가게를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내가,
대기업의 자본력과 힘으로 작은가게를 헤치는 대형마트를 좋아한다는게 참, 부끄러웠다.
그동안 작은가게 창업을 도우면서, 공익단체에 근무하면서, 작은가게를 헤치는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내가
너무 위선적으로 느껴져 마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양심의 가책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작은가게를 이용하자!
불편하고 조금 힘들더라도, 용기를 내어 이용하면, 대형마트를 이용할 때 느낄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작은씨앗 사업국 희망가게팀│황선민 간사
작은씨앗들의 우직한 노력이 모여, 숲을 이룹니다. 작은씨앗이 되어, '더불어 행복한 숲'을 만들고 싶습니다.
희망가게팀에서 희망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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