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날, 원주에 가다



희망가게 골목여행이란?

글 쓰는 진과 그림 그리는 솔이 희망가게가 있는 골목길을 찾아가는 여행에세이로, 번에는 희망가게 '한스톤 갤러리'가 있는 강원도 원주를 찾았습니다.



치악산을 뺀 원주


원주요? 원주 취재를 제안 받고 나서 생각했다. 원주에 뭐가 있더라.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여주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원주. 기차를 타고 가도 청량리역에서 원주역까지 1시간, 서울에서 가깝긴 한데, 딱히 둘러 볼 게 있던가? 원주에 두 번 간 적이 있는데, 그건 모두 치악산 때문이었지, 원주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중앙로 문화거리의 고요한 아침


원주하면 떠오르는 건, 박경리 작가였다. 그녀가 태어난 곳은 통영이고, 한동안 서울에서 살았지만 만년을 보낸 곳은 원주였다. 원주에서 그녀는 토지를 탈고하고, 작고했다. 프라하가 카프카를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원주는 박경리 작가를 불러들인다. 소설도 한 편 떠올랐다. 유년 시절 박경리 작가 근처에서 살았던 이기호 작가가 쓴 ‘원주통신’이라는 단편소설이었다.


‘박경리 선생의 외손자’라는 소문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던 주인공이 훗날, 고향 친구에게서 ‘토지’라는 룸살롱 이름을 허가받아 달라는 부탁 겸 협박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토지’라는 룸살롱은 없는지 모르지만, 지금 원주에는 그 이름을 딴 식당과 주유소, 한의원, 노래연습장이 있다. 그리고 작가가 살았던 집은 그대로 보존되어 문학공원이 되었다. 



문닫은 평원로의 아카데미극장 누군가에겐 이곳이 '시네마천국'이었을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 원주 풍물시장


원주에 가는 날, 쏠이 신이 나 말했다.

: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 왜?

: 오늘 진짜 장날이래.



2일과 7일마다 열리는 풍물시장



시장 안, 김치만두 가게


5일장이 서는 날이라 상대적으로 중앙시장은 한산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되자 이내 식당들이 바빠졌다. 만두집이 보였다. 3대째 하는 김치만두집이었다. 보기만 해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고민없이 들어갔다. 칼국수와, 칼국수에 만두가 들어간 칼만두국, 찐만두와 튀김김치만두가 있었다. 만두는 오직 김치만두하나로 승부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찐만두 하나와 칼만두국 하나를 시켜 먹었다.



사람들로 가득한 원주 풍물시장

시장에는 봄꽃들이 가득했다. 

전투적으로 김을 구워 팔던 가게


+ 원주김치만두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길 31-2 | 전화 033-745-3848

영업시간 07:00~20:00 첫째주, 셋째주 일요일 휴무



국수와 만두를 만들고 있는 식당 입구

찐만두

칼만두국



커피와 초콜릿을 발효하는 초컬릿


발효 커피와 발효 초콜릿을 파는 이상한 가게, <황후 초컬릿>. 옹기에 담아 발효시키면 초콜릿의 당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장상궁(카페 사장의 별명)만의 비법이었다. 발효 드립커피와 초콜릿 세트를 주문했다. 초콜릿 5개를 고를 수 있었는데 이름이 이런 식이었다. 경순공주, 정선공주, 덕혜옹주, 황제의 별, 의순공주, 정명공주, 강직한 순종. 그 가운데 5개를 골라 주문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경선공주랑 정선공주, 황제의 별 하나씩, 그리고 강직한 순종 2개 주세요.” 뭔가 불경하면서 민망한 느낌이었다. 온갖 공주의 이름이 붙은 초콜릿을 입안에 털어 넣고 발효 드립커피를 마시며, 그 독특한 이름들을 생각해 낸 ‘장상궁’의 비법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후 초콜릿만의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발효원두

테이블에 놓이 옹기들이 눈에 띈다.

나무와 두툼한 종지에 담겨 나온 초콜릿


+ 황후 초컬릿

강원도 원주시 고문골길 16번지 손탁호텔 | 전화 070-4400-7306

http://chocohwanghu.com/





한스톤 갤러리, 한명숙 대표를 만나다


윤진(이하 '윤') : 희망가게를 어떻게 알고 지원하셨나요?

한명숙(이하 '한') : 간단한 큐빅 공예를 배우기 시작했고, 알고 지내던 복지사에게 정보를 얻고 지원했어요.


 :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확신이 있으셨나요? 계기가 있으셨다면 무엇인지요?

 :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스스로 많이 위축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생각하니, 제 자존감을 찾아야 아이들도 제대로 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아이들이 좋아해요. 그저께도 TV에 나왔거든요. 아이들이 보고 좋아하더라고요.


 : 디자인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 우선 주변을 둘러보았고요, 인터넷을 참고하기도 했고요. 서울 남대문에 있는 상가들도 많이 다녀왔어요. 처음엔 보고 감탄만 했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기성 제품만이 아닌 공예쪽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희망가게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는 걸로 아는데, 어떤 부분들이 도움이 되나요?

 : 어떤 분들은 사후관리를 부담스러워하시기도 해요. 저도 처음에는 알려주시고 하면, 잘 돼야 할 거 같고 해서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는데, 제가 나태해지지 않도록 누군가 뒤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하니 든든하더라고요.


 : 전국에 200개가 넘는 희망가게가 있는데, 현재까지 강원도에서 유일한 희망가게 입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 지역 모임이 있어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있어요. 그러면 들을 땐 너무 좋다 하다가도, 막상 직접 하려고 하면 부담스러운 게 많은가 봐요. 저는 그 분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고 한 발 앞으로 내딛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많이 돕고 싶어요.



한명숙 대표는 활기차고 당당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강연과 행사에 참석하느라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즐거워 보였다. 그녀는 꿈이 많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강원도 첫 희망가게, 한스톤 갤러리


중앙시장 길가에 고급스러운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희망가게 '한스톤 갤러리'이다. 강원도에선 유일한 희망가게다. 스와로브스키 원석과 엄선된 재료를 이용해 반지, 귀걸이, 목걸이, 팔찌와 같은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한다. 매스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창업주님의 이름은 한명숙.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이름이었다. 가게를 둘러보았다. 견고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액세서리들이 보였다. 일반적인 액세서리 외에도 여느 가게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의 아이템들이 보였다. 한명숙님은 단순히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공예 작가로서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참신하고 색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양한 디자인의 귀거리들

중앙시장에 위치한 한스톤 갤러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온라인 판매는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있는지 물었더니, 그녀는 고객과의 신뢰를 이야기했다. 온라인 판매점 가운데 몇몇 곳은 재료를 속이는 경우가 있고, 여간해서는 소비자들이 이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온라인보다는 직접 소비자를 만나 제품을 보여주고 판매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소비자와의 신뢰를 형성하는 길이기도 했다.



한스톤 갤러리 매장 안

개성있고 화려한 목걸이 귀걸이

우각(소뿔)에 자개를 더한 브론치


+ 한스톤 갤러리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길 11 자유상가 1층 27블록 18호 | 033-732-1712

http://blog.naver.com/1stone1712

영업시간 10:30~19:00




글. 윤진 | 그림. 이솔



<희망가게>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방식으로 창업을 지원합니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14년 5월 현재 수도권을 비롯하여 원주, 춘천, 대전, 천안, 청주, 대구, 경산, 구미, 포항, 광주, 목포, 부산, 김해, 양산에 이르기까지 210여 곳의 사업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나눔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매월 내는 상환금은 창업을 준비하는 또 다른 여성가장의 창업자금으로 쓰입니다.

<아름다운세상기금>
서경배(아모레퍼시픽 대표) 님를 비롯한 그 가족은 2003년 6월 한부모 여성가장의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이 기금은 우리 사회 가난한 어머니들과 그 자녀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랬던 장원 서성환(아모레퍼시픽 창업주) 님의 마음과 고인에 대한 유가족의 존경이 담겨져 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